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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손을 대충 앞치마에 문질러 닦은 나는 힐가스에게 말했다.

“감독(힐가스의 별칭이다)! 잠깐만 자리 비워도 되요?”

“일리리 무치 뫄. 쳑탕히 해.(일일이 묻지 마. 적당히 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걸로 잠시 자유시간이다! 나는 부엌의 뒷문으로 나와서는 바로 앞에 보이는 직

원 숙소를 향해 달려 나갔다. 직원 숙소의 정문과 후문은 일직선! 그대로 달려서

나가면 멀리 나가지 않는 직원들이 노닥거리는 뒤뜰이다!

“세이르! 조심해!”

“하핫! 미안, 살라인!”

윌터와 마찬가지로 요수족의 요랑파인 살라인이 빨랫감이 가득 담긴 통을 들고

가다가 갑자기 지나친 나에게 놀라서 소리쳤다.

뒤뜰에는 장대에 걸어둔 줄에 매달린 빨래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하얗거

나 갈색이거나 녹색등의 빨래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너울거렸다. 나는 갓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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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한 빨랫감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물 냄새가 있는 곳을 지나쳐 이것저것 잡동사니

들을 쌓아놓은 것 같은 운동기구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어느 것부터 할까? 음… 일단 윗몸 일으키기부터 해볼까?”

발목을 거는 끈이 있는 나무판에 누운 나는 끈에 발목을 걸고 손을 깍지껴 목 뒤

에 대었다. 준비 자세를 마친 나는 힘껏 상체를 들어올렸다. 머릿속으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2]

“세인아. 네 생각이 그렇다면 굳이 말리지 않으마.”

“나 역시 아버지의 생각과 같단다.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결정에 동의해 주셨고,

나는 기쁜 마음에 두 분께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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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안방을 나와 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일만 남았구나. 으하하핫!

나 박세인. 열아홉 살의 고등학생이다. 덧붙이자면 이 나라에서 제일 불쌍하다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다. 그다지 난 내 처지가 불쌍한 줄 모르지만 말이야.

내가 조금 전 부모님께 얻어낸 허락은 여름방학의 장기 여행 계획에 관한 허락이

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보통의 수험생이라면 당장 미쳤느냐는 소릴 듣기

적당하겠지만, 내가 예상했던 대로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방임주의일지, 방목주의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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