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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눈 가는 곳에 슈퍼마켓이 없다는 것이 이다지도 슬픈 일인지 내 생전 처음

알았다.

대신 내가 손을 뻗는 것은 과일껍질을 갈아 빻은 가루였다. 적당히 손에 묻혀 손

바닥에 비비고 그걸로 얼굴을 닦으면 까칠한 느낌이 좀 거슬리긴 해도 얼굴이 시

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한번 사용해 볼까도 생각하

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이상 저 가루비누-대충 이름 붙였다-에 원료가 되는

과일은 ‘지구’에는 없는 것이다.

“푸핫! 으으, 미지근해.”

여름밤이다. 이곳에도 열대야는 존재해서 날씨에 관한 사무치는 향수는 안 느껴

지지만, 놋쇠 대야에 담은 물이 밤새 미지근해지는 것은 별로 반기지 않는다. 선

배들 말을 들어보면 겨울에는 물이 언다고까지 하는데, 그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

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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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루비누 찌꺼기를 꼼꼼하게 씻어내고는 침대 옆, 창문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수건을 집어 들고서 대충 얼굴을 문질렀다. 시간이 부족하다. 양동이 홍두

깨의 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옷도 갈아입어야 한다.

그런데 어째 왼쪽 방이 좀 고요하다? 나는 조금 전에 나를 깨운 녀석이 있는 오

른쪽 벽을 두들기며 외쳤다.

“윌! 윌터! 이런 망할 자식! 너 또 침대에 머리 박았냐?!”

“으, 응? 세이르? 너 일어났어?”

아이구야. 머리가 아프다. 저 녀석 또 나 깨우고는 침대로 도로 고꾸라졌구나.

나는 이계에서 처음 사귄 친구가 저렇게 얼빠진 데가 있다는 것에 상당한 좌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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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느끼면서 벽을 두어 번 더 두들겼다. 그래도 친구니까.

“야! 얼른 일어나! 곧 주인장이 양동이에 홍두깨 들고 튀어올 시간이야!”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는데?”

“닭 두 번!”

조금 이상한 시간단위지만 어쩔 수 없다. 시계도 없는 이상 닭 울음소리로 시간

을 말해야 하니까. 그래도 상대편에서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늘상 사용하는 시간단위는 윌터의 정신을 화악 뜨이게 만들었다보다.

방 옆에서 와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말이야.

“버, 벌써? 크악! 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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