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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는 쫑긋이 솟은 귀를 얼른 접으며 가볍게 혀를 찼다. 그 여덟 종족 중에는

거인족도 있는데, 이름만으로도 그 겉모습을 생각하기 쉬운 종족이다.

나도 한 번 본적이 있는데, 대충 크기가 4-5미터는 될 것 같은 큰 키였다. 거의

내 키만 한 칼을 차고서 내 허벅지만한 육포를 우그적 우그적 씹는 모습은… 더없

이 무서웠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엇이든 무섭지만 말이야.

크고 무성한 수염이라든지, 햇볕에 그을린 것 같아서 거무튀튀한 녹색의 피부,

햇빛 때문에 찡그린 표정은 마치 날 잡아서 며칠 분 식량으로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다릴 후들거리며 주저앉았을 때, 윌터가 싹싹하게 나서주지 않

았더라면 난 그만 오줌을 지리거나 기절했을 것이다.

다른 세계라는 곳은 어떻게 생각하기엔 외국으로 가는 것과 같다. 생소한 언어와

문화를 보고 느끼는 과정은 그럭저럭 비슷하지만, 종족의 모습마저 틀리고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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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롯되는 문화의 차이를 보자면 도저히 충격을 받지 않고 견딜 수 없는 모습이다.

간단하게 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을 보더라도 충격을 금치 못할 것이 너무나

많다.

“원숭이 한 마리!”

“키릭! 샤휵쟝으로 캬뱌!”

저건 외국어가 아니다. 힐가스가 재료 담당 중의 하나인 ‘기릭’을 사육장으로 보

내는 말이다.

원숭이 한 마리라는 주문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원숭이를 한 마리 가져

다가 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완벽한 ‘요리’가 되는 것이다. 조리하지도 않은

원숭이가 어째서 요리가 되는지는 메뉴를 만든 주인장에게 물어봐라. 다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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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주문이 어떤 종족에게로 향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영족(影族)이 식당에 오는 건 참 드문 일인데 말이야.”

윌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많이 지쳤나봐.”

영족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종족이다. 밤에는 아예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종족인

그들은 물질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기운’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종족이다. 그

형태는 제각각이고, 멋대로 바꿀 수도 있으며 물리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종족이

다. 가장 강한 요수족도 가장 약한 영족에게 두들겨 맞을 수 있다는 말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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